11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시리아의 연휴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라마단 같은 휴일인걸까. 가게 문들은 하나같이 닫혀있고 간간이 좌판 비슷한 것들만 영업중인데도 사람들은 바글바글이다.
알래포의 번잡스러움은 내가 느끼기에 다마스쿠스를 능가한다. 몇시간 뒤엔 꼭 쓰러질 것 같은 건물들과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있는 거리의 꼬질꼬질함이란... 그 곳에 사람들과 차가 뒤엉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게다가 차들은 왜 누구를 향해 경적을 울리는 건지 저마다 빵빵대고 있어서 매 순간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시끄러~~~~~!!!! 아.. 웬수같은 택시들.. 알래포 시내에 돌아다니는 차의 반은 택시인데 외국인만 보면 경적을 울린다. 무조건 웰컴. 무조건 타란다. 태우고 싶겠지.. 두배가 넘는 돈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러나 나는 웬만하면 타고 싶지 않단다. 돈도 아깝지만 외국인=봉 이렇게 생각하는 운전수들이 너무 싫단다. 정직하게 가면 알아서 얹어 줄텐데...
알래포 시타델 근처에 가서야 우리에게 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길을 돌렸다. ATM기계를 찾는 것이 시급했다. 이대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알래포는 대도시라 사실 ATM걱정은 안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찾아도 찾아도 돈을 뽑을 수 있는 기계는 찾을 수 없었다. 오전은 ATM기계 찾는데 다 쓰고는 결국 찾지도 못하고 호텔로 돌아와 낮잠을 자 버렸다. 프런트에 물어보니 쉐라톤 호텔 안에 한 대 있단다. 어디에서 돈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나니 왠지 급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징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5시 반이 넘어버렸고 밖은 이미 깜깜했다. 오늘도 혼돈의 거리. 그 많은 차들과 사람을 뚫고 쉐라톤에 진입하자 거긴 딴세상이다. 여유롭게 돈을 찾고 호텔을 나섰다. 복잡한 거리 어디쯤에서 주스도 사서 마셨다. 그리고는 저녁거리 사냥에 나섰는데 이것이 영...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 흔하던 빵집 하나,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찾는 일이 힘들었다. 대단한 걸 원하는 것도 아니고 과일이랑 빵, 음료 정도가 사고 싶을 뿐인데 그걸 사기가 쉽지 않다니.. 결국 치즈와 올리브를 잔뜩 파는 요상한 식품점에서 물과 치즈, 휴지 정도만 구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한 개에 300원짜리 인도미요 두 개를 끓여먹고 났더니 기분이 별로다. 아.. 정말. 시리아에선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싶은 것이.
내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시리아 탈출이다. 이곳이 그리운 날이 올까. 그것이 궁금하다.
자기 생일이라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부르던 호텔의 매니저가 생각난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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